유책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청구, 소위 ‘축출이혼’에 대응하려면 - 여성소비자신문 (wsobi.com)
[여성소비자신문] 축출이혼이란 유책배우자가 무책배우자를 쫓아내는 이혼을 말한다. 가정파탄의 책임있는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보다 우월한 경제적 능력을 바탕으로 혼인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이러한 축출이혼에서 경제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자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즉 외도를 한 남편이 부인을 상대로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외도를 한 남편이 협의이혼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결혼생활 동안의 헌신과 희생을 배신당한 부인의 입장에서 협의이혼에 응해줄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바람을 핀 남편은 부인과 이혼을 하고 상간녀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법원에 이혼청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외도를 하고 있는 남편이 보내온 소장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고 억지스럽다. 혼인 기간 내내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서 해온 모든 희생과 그 세월이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자녀들을 더 좋은 집에서 살게 해주기 위해서 이사를 하고 부동산 투자를 했지만 자신을 이기적인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표현했고,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 한 잔소리를 지나친 간섭과 가장에 대한 무시라고 하며,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자녀들에 훈육을 했건만 학대라고 치부했다. 그러면서 이 남편이란 사람은 그의 자존감과 행복을 찾기 위해서 나랑 이혼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부인은 짐작하고 있었다. 남편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을 말이다. 부부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알고 지내는 다른 부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어느 때부터는 주말에도 출근을 한다며 외출이 잦아진 남편을 보면서 더 큰 의심이 들었다. 밥도 나가서 먹는 일이 많고 친구들과 등산이나 여행을 간다고도 하고, 갑자기 출장을 핑계로 하는 외박도 생겼다.
몇 년을 이렇게 보내오다가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장을 받았는데, 이제야 명확해진 것이다. 남편은 부인과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랑 살고 싶은 것이고, 다른 여자와 살겠다는 계획의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때 부인이 취할 수 있는 이혼소송의 대응방법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남편의 이혼청구를 자체를 기각시키는 것이다. 남편과 나의 가정은 파탄나지 않았고, 아무런 귀책사유도 없으며, 소중한 사정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며 법원에 읍소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남편의 이혼요구를 배척할 수 있겠지만 재판이 최종적으로 종료될 때까지 남편으로부터 허위사실을 담은 서면으로부터 수 많은 공격을 받아야 하고 이를 참아내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대응방법은 반소를 제기하여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다. 남편의 이혼청구는 기각시키고, 오히려 내가 남편의 외도를 이유로 이혼을 한다는 취지의 이혼 판결 및 넉넉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아 그 동안의 희생을 인정받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과거 축출이혼의 위기에 처한 여성 의뢰인을 도와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다. 남편은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부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해왔다. 의뢰인은 처음에는 이혼을 하기 싫다고 했다. 필자는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데 집중을 했다. 남편이 주장하는 온갖 이혼사유들은 모두 거짓말이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의뢰인을 보호했다. 그러던 중 의뢰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이미 몸과 마음이 떠난 남편을 붙잡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안정적인 성장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부정한 애들 아빠를 떠나보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이제 반소를 준비해야 했다. 의뢰인과의 협력을 통해 상간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고, 상간녀의 주소를 찾아냈다. 남편의 통장과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했더니 남편이 유독 상간녀의 집 근처에서 장을 보고 외식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자녀들도 안타까운 사정에 처한 엄마를 도왔다. 아빠가 외박을 한 날을 기억하는 자녀들이 아빠의 카드결제 내역을 검색해서 아빠가 상간녀와 투숙한 서울과 지방의 호텔들을 찾아주었고, 아빠가 해외 출장을 다녀온 날을 찾아주었다. 필자는 남편과 상간녀의 해외 출입국 기록을 조회했는데 남편과 상간녀의 출입국 일시와 여행지가 동일하다는 사실까지 밝혀낼 수 있었다.
재산분할과 관련해서는 의뢰인 역시 남편 못지않게 동네 학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하며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었다는 점과 가사 및 자녀들의 양육, 교육을 오로지 부인이 담당했는데 남편은 자녀들에게도 무관심했었는 점을 충분히 주장했다.
소송의 결과 남편의 이혼청구는 남편이 부정행위를 하여 가정을 파탄시킨데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기각된 반면, 의뢰인의 이혼청구는 인용되었으며, 위자료로 5천만원을 인정받았다. 또한 재산분할과 관련하여 부인이 60%, 직장이었던 남편이 40%의 비율을 인정받아 사실상 재산분할에서도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혼소송을 당하게 되면 대부분 크게 당황하게 되고 그 동안 상대방에 대하여 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이혼을 하지 않는 방법과 이혼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는 방법이 있지만 기왕에 이혼을 하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면 사건의 초기부터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통하여 시기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고 담당변호사와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승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배신한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차율 이수희 대표변호사 lsh222@chayu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