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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율의 이혼이야기] 아내가 꺼내든 각서, 이혼시 효력은?

배우자와 대화가 단절된 채 소위 “가정내 동거”를 하고 있던 남자는 큰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합니다. 그러자 아내는 말없이 서랍 속 깊이 보관해두었던 종이 한 장을 꺼내는데,

“나는 아내와 이혼을 할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 양육권도 포기하며 양육비 전액을 지급한다.” 라고 적힌 각서입니다. 과거의 실수로 인하여 아내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어준 각서인데, 아내는 이 각서를 내보이면서 이혼할거면 몸만 나가라고 윽박지릅니다. 이 각서 효력이 있는 것일까요?

부부싸움을 하다가 작성하게 된 각서의 법적효력

실제 이혼 및 재산분할 관련 소송에서는 부부 중 일방이 작성한 각서의 효력을 다투는 사례가 흔하게 발견됩니다. 이러한 각서에 주로 포함된 내용으로는 예를 들어 ‘남편이 장차 아내와 이혼할 경우 5억원을 위자료로 지급한다.’는 내용 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모든 재산권을 포기하고 이를 배우자에게 넘긴다.’는 내용이거나 ‘무조건 향후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를 지급한다.’는 내용 등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아내를 위해 헌신한다.’ ‘가정경제와 화목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산다.’는 등의 의무사항이 기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의 각서에 대하여 법원은 각서 전체의 기재 내용이나 형식, 그리고 각서를 작성한 자에게 부과되는 의무 또는 포기하게 되는 권리가 과다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각서에 효력에 대하여 소극적인 판단을 합니다. 또한 이러한 각서는 법률적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동안 혼인 및 가정생활에 소홀히 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장차 혼인 및 가정생활에 충실하게 임하겠다는 취지를 다짐하는 차원에서 한 것에 불과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각서에 공증을 받으면 어떨까

필자는 이혼 상담을 할 때 위와 같은 법원의 입장을 고려하여 각서의 효력이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의뢰인들은 “변호사님, 각서에 공증을 받으면 되지 않나요?”라고 되묻고는 하는데, 일단 공증에는 공정증서와 사서인증이라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공정증서는 보통 돈을 빌리는 소비대차 공정증서로 대표되는데, 이는 돈을 빌리는 시기와 금액, 이자 그리고 돈을 갚는 날을 명시하고 집행인낙의 표시 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반면 가정생활에 충실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각서의 경우에는 공정증서가 아니라 사서인증을 찍어주는 것으로서 본인의 의사만을 증명해 줄뿐 내용의 진실성까지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와 같은 각서는 공정증서는 불가능하고 사서인증이 가능한데, 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설령 공증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배우자의 협박에 의하여 작성된 각서는 공정성이 없어 무효이고 그 내용이 지나칠 경우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사실도 있습니다.

다만 몇 년 전 여성 방송인이 공증을 받은 각서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남편을 상대로 하여 금전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약정금에 대한 내용을 각서로 작성을 하고 이를 공증받았던 사안이라서 상술한 부부싸움에서 비롯된 각서들과는 성격이 다르고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재산분할을 규정한 각서가 존재하면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부부싸움에서 비롯되어 추상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내용의 각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협의이혼을 전제로 하면서 재산분할에 대한 내용을 적은 각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집 재산권은 아내에게 이전함’, ‘집 관계 비용 삼천만원은 집 매도와 동시에 남편에게 지급할 것’, ‘생활비 및 집에 대한 모든 비용은 아내가 부담함’ 등을 기재하고 부부가 서명을 하는 사례가 존재했었는데, 법원은 이 경우에도 부부가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취지에서 각서를 작성하였으므로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볼 수 있지만,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점, 각서의 기재 내용에서 알 수 있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재산분할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재산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권리·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부부 간 각서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차용증이나 약정서보다 빈번하게 작성하기도 하고 내용이 상징적인 성격인 경우가 많으며, 그 내용도 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거나 막연한 내용이 많으므로 이혼소송에서 직접적인 법적효과가 인정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법률사무소 차율

대표변호사 이경호, 고형석, 이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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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11-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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