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 세입자가 장기간 집을 비워 야반도주가 의심돼도 임대인의 무단침입은 금물이다. 다만 이 경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을 이용할 수 있다.

본래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은 명도소송을 전제로 해서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임차인 등 점유자들이 점유의 상태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즉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넘기지 않도록 강제하는 가처분이다.

이는 실무에서 많이 활용된다. 임대인이 적법하게 명도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임차인이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넘길 경우 임대인은 처음부터 소송을 다시 제기해야해 최대 수 년 동안 소송이 지연될 수 있아 명도소송에 앞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을 한다.

이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의 좋은 점은 빠른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민사 소송 절차가 최소 6개월 걸리는 반면,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은 빠르면 1주일 내에도 결정받을 수 있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의 효용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이 되면 임대인은 2주 내에 집행을 완료해야 한다. 이때 강제집행이란 두 부분으로 이뤄지는데 첫째는 강제개문이고 둘째는 내부에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문을 부착하는 것이다. 우선 집행관의 입회 하에 강제개문이 이뤄지기 때문에 임대인은 주거침입 또는 건조물침입이란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일단 개문이 이뤄지면 ①임차인이 아닌 제3자가 임의로 해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②그 다음 공과금 납부안내서 등을 통해 임차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실고 있는 지 등을 보아야 한다.

③임대차 목적물의 사용현황도 확인이 필요하다. 즉 임대차목적물인 부동산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 추후 다시 임대를 줄 수 있는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강제집행에 동석한 임대인은 반드시 사진 등으로 현장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